[메이즈러너] 벌레와 씨름하고 땀 흘리며 진짜를 찍었다

글 : 안현진

감독 웨스 볼, 배우 딜런 오브라이언, 카야 스코델라리오

<메이즈 러너>의 감독과 출연진을 8월25일 베벌리힐스에서 만났다. 살기 위해 미로 안을 달려야 하는 아이들이 되기 위해서, 미로 세트 앞에서 일주일 동안 구르고 뛰었다는 어린 배우들이 이 영화를 통해 가까워진 이야기를 들었다. 감독 웨스 볼, 배우 딜런 오브라이언, 카야 스코델라리오, 그리고 미로 안을 뛰며 지도를 만드는 러너 역할로 출연하는 한국계 배우 이기홍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메이즈 러너>의 주요 출연진들. 토머스 생스터, 딜런 오브라이언, 카야 스코델라리오, 이기홍(왼쪽부터)

<메이즈 러너>의 주요 출연진들. 토머스 생스터, 딜런 오브라이언, 카야 스코델라리오, 이기홍(왼쪽부터)

(감독에게)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만든 첫 장편 데뷔작이다. 촬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뭐였나.
웨스 볼 ⇢ 모든 영화 촬영이 그렇겠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애를 많이 먹었다. 예산 부족에다 시간까지 부족했다. 고작 8주 동안 영화를 촬영해야 했다. 더위와도 전쟁을 치러야 했다. 촬영장 안의 더위와 땀 냄새를 맡고 달려든 거미, 벌레들 역시 괴로웠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화면에는 리얼리 티를 더하더라. 진짜 땀이 흘러 더러워진 배우들의 얼굴 같은, 꾸며낼 수 없는 진짜가 영화에 자연스럽게 담겼다.

스튜디오에서 원했던 첫 번째 감독은 아니었다.
웨스 볼 ⇢ 알고 있다. 첫 번째 선택은 캐서린 하드윅이었다. 그가 써놓은 각본을 읽어봤는데, 사람들이 책을 보고 열광했던 무언가가 빠져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다시 각본을 썼다.

원작을 읽고 어떤 인상을 받았나.
웨스 볼 ⇢ <파리대왕> <로스트>(TV) <구니스> <환상특급>(TV)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이 모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엄청난 탈주극이면서 성장담이었다.

<헝거게임> 시리즈나 <다이버전트> 같은 디스토피아적인 설정의 액션 스릴러가 10대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카야 스코델라리오 ⇢ 실제로 우리가 어떤 것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 거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누가 어떤 옷을 샀는지 핸드백을 들었는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알게 되지만 실제로 뭔가를 한다는 것은 드물다. 영화에서 10대들이 현실과는 너무나도 다른 상황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무대와 배경이 다를 뿐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노력하는 10대들을 대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메이즈 러너> 원작이 인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학창 시절을 보냈나.
딜런 오브라이언 ⇢ 나는 정말 이상한 나이에 전학을 와서 오랫동안 친구를 사귈 수 없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자주 했고, 매일 부모님에게 돌아가면 안 되느냐고 졸랐다. 그때 나는 친구가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비디오 촬영을 하며 놀았는데, 그 비디오 촬영이 인연이 되어 지금 이렇게 연기를 하고 있다.
카야 스코델라리오 ⇢ 나 역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딜런과 내가 잘 통하는 이유는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인가 보다. (웃음)

캐스팅이 좋다. 관객이 영화에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데 필요한 데모그래피가 모두 충족된다.
웨스 볼 ⇢ 나는 정말 운이 좋다. 내가 생각한 모든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었다. 다음 영화에서 그 운이 다할까봐 조금 걱정되기도 한다.
딜런 오브라이언 ⇢ 나는 정말 늦게 캐스팅됐다. 카야는 거의 처음부터 캐스팅 목록에 올라 있었다. 나는 첫 오디션으로부터 석달이 지나서야 그다음 오디션을 약속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웨스가 내 헤어스타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한다. (웃음)
웨스 볼 ⇢ 토마스 역할은 마지막까지 채워지지 않았다. 다른 역할은 머릿속에 누굴 캐스팅할지가 그려졌는데, 토마스 역엔 리버 피닉스가 한번 생각난 뒤로는 떠나지 않았다. 영화가 시작할 때는 소년이었는데, 끝날 때는 어른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영화를 찍으며 다들 돈독해진 모양이다.
딜런 오브라이언 ⇢ 영화 촬영장에서 말 그대로 같이 살았다. 같은 호텔에 다 같이 투숙했는데, 매일 밤 이 방에서 파티, 저 방에서 파티였다. 지금도 단체톡방이 있고, 연락을 하고 지낸다. 나는 못 갔지만 다른 친구들은 LA 코리아타운의 코리안바비큐 식당에 가기도 했다.
웨스 볼 ⇢ 그렇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로 연락하고 지내고 몰려다닌다. 이런 동료들과 또다시 작업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영광이고 행운이다.

(카야 스코델라리오에게) 남자들 사이에 혼자만 여자였는데, 어떤 기분이었나.
그 안에서 나는 남자들처럼 행동할 필요도 없었고, 여자처럼 행동할 것을 강요받지도 않았다. 동료들은 내가 평상시 모습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속편 제작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는 없었는데 이제 확정된 건가.
웨스 볼 ⇢ 앞으로 9주 뒤면 촬영에 들어간다. 11월1일이 첫 촬영일이다. 촬영장소는 뉴멕시코 알버커키다. 물론 이제 영화가 개봉이니 어떤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속편 촬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속편은 더 커졌고, 더 많은 자유가 주어졌다. 1편이 끝난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1편과 2편 사이에 갭이 없다는 건 그만큼이야기와 캐릭터를 자세히 파고들 수 있다는 말이다.

오디션만 8번 봤다

러너 ‘민호’ 역할 이기홍

민호라는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유일한 아시안인데, 아시안이라는 설정이나 설명이 따로 없다. 그저 이름이 전부다.
맞다. 그게 정말 멋진 것 같다. 물론 그에 대한 공은 모두 원작을 쓴 제임스 대시너에게 돌아가야 한다. 책에서도 민호는 그냥 민호일 뿐이다. 대시너에게는 한국인과 결혼한 조카가 있는데 거기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연기할 때 대시너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그가 조카사위에게서 어떤 면을 보았고 그런 인상들이 어떻게 민호라는 캐릭터에 녹아들었는지를 생각했다.

한국계라는 사실, 마이너리티라는 사실이 <메이즈 러너>에서 이야기하는 소속감과 안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나.
물론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소수에 속하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할리우드는 누구에게나 힘든 곳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열심히 해야 하고, 그다음에 운이 따라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나만 해도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한 뒤로부터 이 자리에 오기까지 5년이 걸렸는데, 더 오래 걸리는 사람들도 많다. 처음에 연기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친구들에게 “한 1년만 해볼까봐”라고 했는데 그때 다들 ‘1년이라니 뭘 모르는군’ 이런 반응을 보였다.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민호 역을 맡기 위해 오디션만 8번 봤다. 1년을 투자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언제부터 연기를 시작했나.
연기를 하자고 마음먹은 뒤로부터 5년 정도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모든 배우는 태어나면서부터 연기하는 것을 배우고 나온다고 생각한다. 내가 연기를 하겠다고 생각하기 훨씬 전 어렸을 때 찍은 사진이 있는데, 치약을 광고하듯이 들고 있는 사진이다. 누가 이렇게 시켰냐고 물어봤는데, 아무도 아니고 나 스스로 광고를 따라한 것이라고 했다.

영화에서 달리고 또 달리는데, 달리기를 잘하는지.
그건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위해 달리는 과정 중에 다른 사람들보다 잘 뛰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다 같이 참여하는 부트캠프와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팬들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서는 육체적으로도 민호가 되어야 했다.

SNS에서 팬들의 응원이 대단한가보다.
아직 내가 거품 안에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SNS에서 <메이즈 러너>가 언급되는 수만 따지면 엄청나다. 그중 민호의 팬들은 내게 여러 가지로 응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2편에서 민호의 캐릭터는 변화하나.
더 어두워진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십을 보이고 많은 활약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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