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한번 쓰기 시작하면 다른 건 다 재미없어요

글 : 이진혁 출판 편집자, 사진 : 손홍주

젊은 소설가 정지돈

소설가 정지돈

소설가 정지돈

잘생겼다. 우쿨렐레를 치며 노래를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잘생겼다. 그리고 잘 쓴다. 재능있는 젊은 작가로 인정받아 <한겨레>에서 <여행자들의 지침서>라는 단편을 연재하기도 했다. 정지돈 소설가의 이야기다. 그는 스스로를 ‘후장사실주의자’라고 부른다.

-평소에 잘생겼다는 이야기 많이 듣나.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죠. 하지만 제가 잘생겼다고는 생각 안 해요.

-후장사실주의자? 단어만 봐선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어떤 의미인가.
=참 설명하기가 어려운데요. 저와 가까운 작가나 평론가들 가운데 후장사실주의자들이 있어요. 공유하는 생각이나 철학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후장사실주의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후장사실주의자’라고만 말하면 안 될까요? 이렇게 말하면 욕먹을까요? (웃음) 후장은… 그, 후장이에요.

-영화를 전공했다. 원래 꿈은 영화감독이었나.
=어릴 적부터 영화가 좋았어요. 아버지가 영화광이셨거든요. 알랭 들롱이나 장 가뱅이 나오는 프랑스 고전영화를 좋아하셨죠.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진짜 많이 봤어요. 중학생 때부터 영화잡지도 정기구독했고요. 자연스럽게 영화감독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소설가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 현장의 분위기가 저와 맞지 않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쓰는 건 또 좋았어요. 그렇게 글쓰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소설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소설을 쓰는 방법은 천차만별인데, 정지돈 소설가는 어떤 스타일인가.
=작은 생각에서 시작하는 편이에요. ‘이런 사람이 재미있겠네’ 하는 생각이 들면 오래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해요. 석달이 될 수도 있고 일년이 될 수도 있죠. 그런 생각이 모이다 보면 ‘소설이 되겠다’는 순간이 있어요. 그때부터 쓰기 시작하는 거죠. 소설을 한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써놓고 고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렇게 못해요. 쓰면서 고쳐나가는 스타일이죠. 쓰다가 뒷이야기가 미리 생각나면 일부러 그렇게 안 쓸 때도 있어요. 쓸 때 재미가 없어지니까요. 쓰는 내가 재미있는 게 제일 중요하죠.

-최근에 야간경비로 일했다고 들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나.
=그런 건 전혀 아니에요. 물론 야간경비 이야기가 소설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소설을 쓰기 위해 무언가를 직접 경험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반대예요. 4개월 경험에 갇히면 오히려 이야기가 피상적으로 나오죠. 야간경비는 그냥 어릴 때부터 로망이었어요. 밤에 플래시를 비추며 빈 건물을 돌아다니고 싶었어요.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는지.
=전혀 없지는 않아요. 최근에 <해변의 백가흠>이라는 시나리오를 연재했어요. 그 시나리오를 단편영화로 만들어볼 생각은 있어요.

-소설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 해준다면.
=제가 무슨 조언을 하겠어요. 가능하면 소설은 쓰지 마세요. (웃음) 한번 쓰기 시작하면 다른 건 다 재미가 없어요. 그러니까 다들, 가급적이면 소설은 쓰지 않았으면 해요.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2017/07/10

    […] “Once I Start Writing Everything Else is Boring”, Campus Cine21, August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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