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s 리포트] 편리한 족쇄, 알바 호출 팔찌

글·사진 류석우 <한겨레21> 교육연수생

사흘간 호출 팔찌 차고 치킨집 서빙해보니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저건 뭐예요?”

내 질문에 점장이 아르바이트 업무 설명을 하다 말고 계산대 옆을 바라봤다. 전자시계처럼 생긴 물건이 놓여 있었다. 손목 호출 팔찌였다. “가게에 손님 호출 번호가 찍히는 전광판이 없어. 대신 저 팔찌를 차면 돼.” 점장은 꾸물대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님 호출에) 빨리빨리 대응해야 해. 계속 꾸물거리며 늦게 움직이는 직원도 있는데 쫓아냈어.”

저녁 8~9시, 1분에 두세번 진동

업무 교육이 계속됐다. 서울 서대문구의 A치킨 프랜차이즈 점장은 1시간 넘게 “자, 이건…”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실제 수행할 업무보다 인성과 자질 교육에 가까웠다. 설명이 끝나자마자 시계를 풀고 손목에 호출 팔찌를 찼다. 언뜻 평범한 시계 같았다. 하지만 곧 팔찌의 위력을 알게 됐다. 1분 정도 지났을까.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첫 신호가 왔다. 2초간 네번 진동이 울렸다. 호출한 테이블 번호가 팔찌에서 반짝거렸다. 테이블을 향해 출발하려다 멈췄다. 다른 직원들이 이미 출발한 뒤였다. 난 고개만 움직였지만, 그들은 발부터 움직였다. 8월 22일부터 사흘간 팔찌를 차고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흘 내내 나는 계속 뒤처졌다.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근무하던 A치킨집은 2층 규모였다. 1층은 주방, 2층이 홀이다. 테이블 개수는 48개. 대략 한번에 손님 100여명이 들어올 수 있다. 서빙 직원은 나를 포함해 4명이었다. 원래 직원 수는 6명이지만, 베트남 출신 후이(가명)가 아파서 3주째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19살 한국인 직원 1명은 손님이 붐빌 때만 부정기적으로 출근한다. 돌아가며 쉬는 날까지 감안하면 실제로는 서너명이 근무했다. 직원마다 담당하는 테이블은 따로 없다. 각자의 팔찌는 테이블 48개와 모두 연결돼 있다. 모든 직원이 48개 테이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가장 바쁜 시간은 저녁 8~9시였다. 80% 이상 테이블이 찬다. 그 시간대에 팔찌는 평균 1분에 두세번 울렸다. ‘딩동’ 소리와 함께 매장 한가운데 전광판에 번호가 뜨는 시스템과 달리, 팔찌에 번호가 뜨다보니 미처 테이블 번호를 확인하기 전에 다른 번호가 울릴 때도 많았다. 밤 10시가 넘으면 5분에 두세번, 자정이 넘으면 5분에 한번으로 호출 횟수는 줄어든다.

손님 편의와 노동 통제는 ‘동전의 양면’

호출은 다른 업무에 앞선다. 그것이 룰이다. 룰은 경쟁을 만든다. 어느 직원이 더 빠르게 손님에게 도달하느냐는 경쟁이다. 손님의 편의를 위해 등장한 효율적인 시스템은 경쟁을 낳았다. 서빙 직원들은 보통 1층에서 올라오는 계단이 있는 2층 홀 중앙에 서서 대기한다. 그곳에선 모든 손님이 보인다. 아르바이트 첫날인 8월 22일, 그곳에 혼자 대기하고 있을 때였다. 진동이 울렸다. 번호를 확인하고 발을 떼려는데, 저 멀리서 다른 테이블을 치우던 중국인 재우(25·가명)가 먼저 움직였다. 나는 재우가 있던 테이블을 마저 치우려고 돌아섰다.

손님이 뜸해졌을 때 슬쩍 재우에게 팔찌에 대해 물었다. “손님은 편하지만 계속 손목이 울리면 우리만 짜증 난다.” 그는 다른 일을 하다가도 항상 가장 먼저 팔찌의 진동에 반응했다. 또 다른 중국인 직원 우설(26·가명)은 눈치가 빨랐다. 카운터 바로 앞 6번 테이블에 남녀 커플이 앉았을 때다. 그들이 벨을 누른 지 1초도 안 돼 우설이 테이블 옆에 섰다. 우설이 주문을 받고 돌아서는데 바로 다시 손목에 진동이 울렸다. 또 6번이었다. 6번 테이블을 향해 돌아서는 우설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가 다시 펴졌다.

호출 팔찌는 기존 호출벨 시스템보다 좀더 효과적으로 노동자를 통제한다. 노동자의 신체에 직접 자극을 줘 어떤 상황에서도 더 빠르게 반응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서비스 노동의 경우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기 위해 과거부터 여러 노동 통제 수단이 등장했다. (호출 팔찌는) 노동 통제의 새로운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호출 시스템이 발전할수록 통제는 강화된다. 팔찌는 통제의 족쇄다.

통제는 손님의 편의와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다. A치킨집 점장은 “손님의 편의를 위해서”라고 팔찌 도입 이유를 말했다. 직원 손목에 팔찌가 채워진 뒤, 시끄럽던 호출벨 소리는 사라졌다. 점장은 “손님이 카운터까지 직접 오게 하는 건 매너가 아니다. 그전에 우리가 손님에게 가야 한다”고 자신의 서비스 철학을 설명했다. 직원이 호출에 더 빨리 반응할수록 손님은 더 좋아했다. ‘딩동’ 호출벨 소리 없이 음악 소리만 울려퍼지는 치킨집에서 손님은 더 조용하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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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시간에도 울리는 호출 팔찌

A치킨집에서 사용하는 호출 손목 팔찌는 B사 제품이었다. 개당 12만원이다. 모델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호출 팔찌 가격은 최소 10만원 이상이다. 비싼 만큼 진동 속도가 빨라진다. 호출 팔찌를 제작·판매하는 B업체 관계자는 “최소 1천곳 이상의 외식업체가 호출 팔찌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는 유명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도 있다. 테이블에서 호출벨을 누르면 중계기 없이 바로 팔찌에 신호가 가는 시스템을 처음 개발한 C업체 관계자는 “지점 30곳 이상에 도입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손님이 편리해지는 대신 직원의 노동 강도는 심해진다. 서비스직 노동자의 권리는 소비자의 권리와 부딪친다. 이병훈 교수는 “서비스 노동은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고객’이라는 제3자가 개입하면서 좀더 복잡한 구조를 띠게 된다. 한국은 사용자가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여기면서 서비스 노동자가 무엇이든 감수하게 하는 인력 정책을 펴왔다”고 말했다.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서비스 노동자의 통제는 고도화되는 역설이다.

지금까지 국가인권위원회나 알바노조 등에 호출 팔찌가 인권침해라고 신고된 사례는 없다. 호출 팔찌를 채우는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일하는 직원은 “(전광판을 보지 않고) 고개만 내려서 팔찌를 보면 되니까 더 편하다”고도 말했다. 호출 팔찌가 노동자의 권리나 인권을 침해하는지는 아직 논쟁조차 시작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첫날인 22일, 일한 지 3시간 만에 처음으로 건물 밖에 나왔다. 골목에 털썩 주저앉아 재빨리 라이터를 꺼냈다. ‘탁, 탁.’ 담뱃불을 막 붙이려는 순간, 짧은 진동이 네번 울렸다. 멈칫했다. 5번 테이블이었다. 마저 불을 붙였다. 다시 진동이 울린다. 또 숫자 ‘5’가 떴다. ‘치이익.’ 불이 붙다가 만 담배를 껐다. 유일한 휴게시간마저 빼앗겼다.

A치킨집엔 휴게시간이 따로 없었다. 담배 피우러 나가는 정도가 유일한 휴게시간이다. 그마저도 “눈치껏” 나가라고 했다. 직원들에게 밥 먹는 시간 외에 따로 휴게시간은 없다. “식사 시간이 10분도 안 될걸요? 밥 먹으면 바로 다시 올라와야 해요.” 우설이 말했다. 그럼 언제 쉬냐고 물었다. “그래서 이렇게 (빈 테이블에) 앉아 있는 거예요.” 우설, 재우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데 호출 팔찌가 울렸다. 내가 가겠다고 말하기도 전에 재우가 이미 테이블로 향하고 있었다.

호출 팔찌는 근무시간 내내 항상 차고 있어야 한다. 담배를 피우러 갈 때나 화장실 갈 때도 빼라고 하지 않았다. 오직 화장실 청소를 할 때만 뺄 수 있었다. 물이 들어가면 고장 날 수 있기 때문이다.

8월 23일로 넘어가는 새벽 1시30분, 마지막 손님이 나갔다. 바닥 청소를 하려는데 재우가 다가왔다. “이제 팔찌 빼도 돼요.” 그렇게 물과 땀이 밴 팔찌를 풀었다. 문득 종아리가 아팠다. 어깨도 결렸다. 온몸이 통증을 토해냈다. 팔찌를 풀면서 긴장감이 풀린 듯했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손님이 나갔을 때도 미처 들지 않은 생각이었다. 몸은 쑤시는데 왠지 시원했다. 더이상 호출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들었다.

일 끝나면 팔찌 충전부터

팔찌를 빼고 잠깐의 해방감을 맛보던 나에게 우설이 한마디 했다. “그거 빼면 바로 충전기에 꽂아놓으셔야 해요. 안 그러면 점장님한테 혼나요.” 얼른 충전기에 팔찌를 꽂았다. 충전은 중요했다. 내일도 시스템은 돌아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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