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_전시] 그림으로 삶을 풍자하다

글 심은하・사진제공 KT&G 상상마당

 ‘Clown’ by Quentin Blake (1995) ⓒ illustrations Quentin Blake 2017

‘Clown’ by Quentin Blake (1995) ⓒ illustrations Quentin Blake 2017

<찰리와 초콜릿 공장> 원화 작가, 퀀틴 블레이크의 <스위트 팩토리>展

지면에 실린 그림부터 보자. 동물과 아이들, 그리고 일상의 풍경들. 화려한 색채와 잔잔한 붓터치, 그리고 스케치선이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모두 일러스트레이터 퀀틴 블레이크(Quentin Blake, 1932~)의 작품이다. 영국 작가 로알드 달(Roald Dahl, 1916~90)의 아동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원화 작가로 유명한 퀀틴 블레이크다. 로알드 달과 함께 작업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 <내 친구 꼬마 거인> 등의 책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전세계 1800여명의 어린이들과 아동 인권에 대해 나눈 대화를 토대로 완성한 <하늘을 나는 돛단배>, 부모와 아이의 일생을 동물에 비유한 <내 이름은 자가주> 같은 작품들은 삶에 대한 진리를 유쾌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풀어내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다.

 ‘Cockatoos’ by Quentin Blake (1992) ⓒ illustrations Quentin Blake 2017

‘Cockatoos’ by Quentin Blake (1992) ⓒ illustrations Quentin Blake 2017

퀀틴 블레이크는 1932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그가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인 16살 때부터였다. 1949년 영국의 유력 풍자 주간지 <펀치 매거진>에 처음 실렸고, 1950년대부터 표지가 컬러로 출판되면서 그는 이 매거진의 커버 작업을 통해 다양한 기법들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1600~1800년대의 여러 고전 문학들이 퀀틴 블레이크 에디션으로 재출판되었다. <크리스마스 캐롤> <노틀담의 꼽추>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의 명작에 블레이크의 삽화가 더해지면서 독자들의 몰입도와 상상력은 배가되었다. 퀀틴 블레이크는 문학 작가와 협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로알드 달과의 작업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책 속 글과 그림은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며 경쟁적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매그놀리아’(Mister Magnolia)나 ‘데이지’(Fantastic Daisy Artichoke)같은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탄생은 이러한 일련의 작업 경험에 기반한 것이다. 퀀틴 블레이크는 그림뿐 아니라 이야기 구성과 캐릭터 창조에도 뛰어난 감각을 보인다. 초기작 중 <패트릭>은 구성부터 그림까지 모두 혼자서 작업한 첫 번째 작품이었다. 그의 저서들의 가장 큰 특징은 많은 설명이나 글 없이 그림만으로도 감동을 주고 진솔한 감정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Mister Magnolia’ by Quentin Blake (1980) ⓒ illustrations Quentin Blake 2017

‘Mister Magnolia’ by Quentin Blake (1980) ⓒ illustrations Quentin Blake 2017

퀀틴 블레이크의 활동은 책을 만드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1990년대 이후 프랑스와 영국의 유명 박물관, 미술관의 전시 기획자로 일하기도 하고, 자선활동들을 통해 그의 능력을 공공 영역에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예술과 음악을 통해 런던의 병원들을 밝고 활기찬 공간으로 바꾸는 ‘나이팅게일 프로젝트’(Nightingale Project)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병동이나 병원 리셉션 등에서 만날 수 있는 이 그림들은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퀀틴 블레이크 작품의 소재는 풍경, 어린이, 동물, 상상의 존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레스토랑, 극장, 도서관 등의 공간, 그리고 잡지나 앨범 표지, 뮤직비디오 등의 매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런던 킹스 크로스역(the Stanley Building, King′s Cross)에 설치된 다섯개 층 크기에 이르는 대형 작품은 마치 도시 한복판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 듯한 광경을 연출한다.

지금까지 300여권의 그림책에 그림을 그렸으며, 1980년에는 <마놀리아 씨>로 매해 영국에서 출판된 그림책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의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인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Kate Greenaway Awards)을 수상했고, 1996년에는 <어릿광대>로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Bologna Children′s Book Fair) ‘올해의 어린이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Drawing for a Royal Parks deckchair (2006) ⓒ illustrations Quentin Blake 2017

Drawing for a Royal Parks deckchair (2006) ⓒ illustrations Quentin Blake 2017

이번 전시에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원화를 비롯한 퀀틴 블레이크의 작품 180여점과 그의 작업실을 재현해낸 공간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스위트 팩토리’(SWEET FACTORY)와 걸맞게 전시장을 상상력과 호기심 넘치는 팩토리 컨셉으로 구성했다. <펀치 매거진>에 수록된 퀀틴 블레이크의 초기작을 시작으로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 고전 도서의 삽화와 <찰리와 초콜릿 공장> <내 친구 꼬마 거인>과 같이 다른 작가와 협업한 작품의 그림을 선보인다. 또한 퀀틴 블레이크가 직접 작업한 도서와 런던 도시 곳곳에 그려진 그의 그림들, 국내 미발표작까지 60여년간 초기작부터 현재까지 퀀틴 블레이크의 작업 흐름을 보여주는 회고전 형태로 구성된다.

전시는 내년 2월20일까지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 갤러리(4, 5F)에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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