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_TV] 원작영화의 세계관에서 확장

글 김보연 객원기자・사진제공 캐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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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엑소시스트> 시즌2

10부작 / 국내 최초 캐치온 독점 방송 / 금요일 밤 11시

최근 미국 드라마의 눈에 띄는 흐름 중 하나는 극장용 영화를 장편드라마로 리메이크하거나 영화 속 세계를 드라마의 세계로 확장하려는 시도이다. 이를테면 <베이츠 모텔>(2013~)은 앨프리드 히치콕의 <싸이코>(1960)를 독특하게 재해석한 작품이며, <파고>(2014~)는 코언 형제의 동명의 영화 속 세계를 확장시킨 작품이다. 그리고 영화 <리미트리스>(2011)와 같은 세계를 공유하는 드라마 <리미트리스>(2015~16)도 있으며, 같은 원작을 각각 영화와 드라마로 만든 <슈터>(영화 버전은 한국에서 2007년 <더블 타겟>이란 제목으로 개봉했다)나 <미스트> 같은 작품도 있고, 드라마로 새롭게 리메이크된 <리쎌 웨폰>(2016~)도 있다.

리메이크냐고?

그리고 여기 야심차고 과감한 도전을 시도한 또 하나의 드라마가 있다. 바로 <엑소시스트>(2016~)이다. 미국에서 2016년 9월에 처음 방영해 올해 9월부터 시즌2를 시작했으며, 국내에서도 캐치온을 통해 정식 방영을 앞둔 이 드라마는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만든 전설적인 호러영화 <엑소시스트>(1973)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크레딧에 원작소설의 작가인 윌리엄 피터 블래티의 이름을 올렸을 뿐 아니라(참고로 시즌2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올해 1월 12일에 세상을 떠난 원작자에 대한 추모 메시지로 끝난다), 원작의 주요 등장인물들을 다시 등장시킬 정도로 <엑소시스트>의 정식 프랜차이즈임을 자처하는 작품이다.

그동안 <엑소시스트>는 여러 편의 속편을 만들어냈지만 흥행은 물론 완성도에 있어서도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 비운의 이름이었다. 악령에 사로잡힌 소녀 리건을 연기한 린다 블레어가 다시 출연한 <엑소시스트2>(감독 존 부어먼, 1977)는 거의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얻었으며(하지만 존 부어먼의 팬이라면 조금 다른 맥락에서 즐길 수 있다), 원작자인 윌리엄 피터 블래티가 야심차게 직접 연출까지 맡았던 <엑소시스트3> 역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외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여러 작품들은 다들 <엑소시스트>의 정신적 후속작이 되고자 했지만 모두 잘 알고 있듯이, 누구도 오리지널의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이번 드라마의 책임 제작자인 제레미 슬레이터는 <엑소시스트>의 리메이크를 처음 제안받았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다음과 같이 반대했다고 한다. “그건 정말 최악의 아이디어네요. 절대 원작보다 더 나은 작품을 만들지 못할 거예요. 그냥 원작보다 더 긴 작품을 만들뿐이에요. 나는 절대 만들지 않을 거고, 당신도 포기해야 해요.” 이미 <판타스틱4>(2015)의 리메이크 각본에 참여했다가 기대와 그보다 더 큰 비난을 받았던 제레미 슬레이터다운 반응이다. 하지만 동시에 <엑소시스트>의 새로운 시리즈를 만든다는 건 한명의 창작자에게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었을 테고, 결국 제레미 슬레이터는 다음과 같은 우회로를 제시했다. “같은 세계에 존재하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원작으로부터 40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이건 리부트도 아니고 리메이크도 아닙니다. 원작의 내용을 지우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단지 같은 세계에 살고 있는 다른 인물의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다만 오리지널 특유의 분위기와 복잡한 특징들을 놓쳐선 안 되겠죠.” 결국 이 제안은 받아들여졌고, 그렇게 <엑소시스트>의 세계는 2016년으로 이어져 우리 앞에 다시 도착했다.

그러니 드라마 <엑소시스트>를 볼 때는 미리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이번 작품은 원작 영화와는 다른 기획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이기 때문에 원작과 비교하며 이 작품을 비판하는 건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드라마만의 재미를 찾는 게 더 유익하고 생산적인 감상 방법일 것이다. 이를테면 이번 작품은 R등급의 영화가 아니라 전국의 TV에서 방영되는 작품이며,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가볍게’ 감상할 수 있다는 뚜렷한 장점을 갖고 있다. 물론 CG와 특수분장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악령에 씌인 피해자들의 묘사는 더 생생해졌고 신체 훼손의 강도도 더 높아졌지만, 적어도 원작처럼 끈적하게 불쾌한 기분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즉, 드라마 <엑소시스트>는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오컬트물이자 수사극이며 버디무비이고, 무엇보다 훈훈한 가족멜로드라마이다.

파격이 주는 새로운 긴장과 활력

이런 달라진 분위기에는 주인공인 두 신부를 그리는 방법이 막대한 역할을 한다. 원작의 두 신부가 비밀스런 사연과 신중한 성격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했다면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마쿠스 신부(벤 대니얼스)와 토마스 신부(알폰소 헤레라)는 성직자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리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흥미로운 개성을 만들어낸다. 이를테면 마쿠스 신부는 퇴마를 위해서라면 동료 신부에게 총을 겨누거나 경찰과 육탄전까지 벌이는 터프한 캐릭터이며,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는 토마스 신부는 옛 연인과의 사랑을 떠올리는 로맨티스트로 나온다. 게다가 시즌2로 접어들며 본의 아니게 떠돌이 엑소시스트가 된 주인공들은 사제복이 아닌 가죽 점퍼와 청바지를 입고 폐공장이나 픽업 트럭의 트렁크에서 엑소시즘을 펼친다. 퇴마 의식의 진중하고 엄숙한 분위기보다는 문자 그대로 악마와 싸운다는 역동적인 행위 자체에 더 집중한 결과일 것이다. 게다가 각본가들은 원작보다 훨씬 노골적인 방식으로 주인공 중 한명이 게이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던진 상태다. 다시 말하자면 이번 <엑소시스트>는 원작에서 쉽게 떠올리기 힘들었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파격에 가까운 인물상을 그린다. 이로 인해 이야기에 새로운 긴장과 활력이 발생하는 건 저절로 따라오는 긍정적인 효과이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이야기가 다루는 사건의 폭 역시 매우 넓어졌다는 것이다. 2시간 남짓한 상영시간을 가진 영화는 아무래도 악령에 고통받는 피해자의 사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즌당 약 400분(40분X10화)의 시간을 운용할 수 있는 이번 작품은 엑소시즘은 물론, 도시 전체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연쇄살인과 교황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까지 다룬다. 그리고 이번 시즌2에서는 대도시 시카고에서 미국 남부의 작은 시골로 무대를 옮겨 사건의 규모는 줄인 채 인물들의 기구한 사연과 복잡한 내면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이니 다시 기대를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밖에도 시즌2에는 새롭게 주목할 만한 요소들이 있다. 아직 도입부라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제작진은 야심차게 신의 역할과 악마의 정체에 대한 질문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엑소시즘의 방법론에 대한 의견 차이를 드러낸 두 주인공의 서로 다른 입장(“신부는 악령과 절대 대화해서는 안 된다” vs “필요에 따라서는 악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은 어쩌면 신의 존재에 대한 의외로 흥미로운 결론을 끌어낼지도 모른다. 또한 존 조와 <데드풀>의 무뚝뚝한 초능력자 소녀였던 브리아나 힐데브란드 등이 합류해 벌써부터 독특한 앙상블을 만들어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엑소시스트> 시즌2는 미국 드라마 팬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기대를 갖게 만드는 작품이다. 일단 <엑소시스트>의 정식 프랜차이즈라는 부담을 과감한 재해석으로 떨쳐냈으며, 나아가 단순한 파격에 만족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묵직한 개성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물론 조마조마한 마음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시청자들도 있겠지만 간만에 찾아온 오컬트 호러물에 거는 기대는 여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등장하는 명대사인 “주의 권능이 너를 벌하노라!”(Power of Christ compels you!)가 주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계속해서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부디 이들의 엑소시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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