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_영화] <저스티스 리그>는 DC의 밝은 미래?!

글 안현진 LA 통신원・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JUSTICE LEAGUE

지난 7월, 샌디에이고 코미콘이 한창이던 주말에 <저스티스 리그>로부터 배우 다섯명과의 라운드테이블 인터뷰 제안을 받았다. 엄청난 팬덤이 몰리는 시기라 조금 걱정되기도 했지만, 이 시기의 샌디에이고는 핼러윈의 프리뷰나 마찬가지라 이른 축제 분위기를 엿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원더우먼과 슈퍼맨이 거리를 활보하는 샌디에이고의 중심가를 지나 엄격한 보안 절차를 거친 뒤 펫코파크 야구장에 입장해 다섯 슈퍼히어로를 연기한 배우들을 만났다. 갤 가돗과 벤 애플렉이 전편들로 익숙해진 얼굴들이라면, 플래시의 에즈라 밀러, 사이보그의 레이 피셔, 아쿠아맨의 제이슨 모모아는 새 영화에 대한 기대를 더하는 신선한 얼굴들이었다. 특히 인터뷰 자리에서 이들은 마치 자신들이 연기한 캐릭터를 일부러 따라하기라도 하는 듯 각자의 역할들과 유사한 면을 보여 흥미로웠다. 짧은 질문에도 반듯한 대답을 내놓기 위해 고민하는 동시에 동료들의 인터뷰 기회를 배려하는 갤 가돗이나 인터뷰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벤 애플렉의 리더십, <저스티스 리그>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덕분에 한마디씩 조심스레 내놓던 레이 피셔, 트레일러에서의 플래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장난스러운 에즈라 밀러, 그리고 한없이 자유로운 모습의 제이슨 모모아는 스크린 밖에서도 여전히 리그의 일원처럼 보였다. 이날 가진 인터뷰와 최근까지 업데이트된 관련 정보들을 바탕으로 <저스티스 리그>를 다섯개의 키워드로 미리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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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1: 저스티스 리그

저스티스 리그는 DC 코믹스가 탄생시킨 슈퍼히어로들의 올스타팀을 말한다. DC 코믹스와 워너브러더스가 함께 만든 영화 프랜차이즈의 타이틀이기도 하다. 코믹스의 역사가 유구한 만큼 저스티스 리그에 대한 다양한 해설과 전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2011년 DC는 전체 코믹스의 세계관인 이른바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이하 DC 유니버스)를 정리해 앞으로 만들어질 이야기들의 바탕이 될 대전제를 정립했다. 이때, 코믹북 작가인 가드너 폭스와 아티스트인 마이크 세코브스키가 1960년에 창안한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의 원년 멤버인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플래시, 아쿠아맨에 <틴 타이탄스>의 히어로즈 중 하나인 사이보그를 더해 여섯명의 슈퍼히어로가 DC 코믹스가 인정한 저스티스 리그의 창립 멤버로 설정됐다. 그리고 이 새로운 세계관을 일컫는 공식적인 명칭은 ‘저스티스 리그 유니버스’다.

‘저스티스 리그 유니버스’에서 리그의 시작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이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클라이맥스는 렉스 루터가 만들어낸 괴물 둠스데이로부터 지구와 인류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은 세 히어로즈의 연합이었고, 슈퍼맨의 희생으로 지구를 지키고 영화는 막을 내렸다. <저스티스 리그>는 전편의 결말을 이어받으며 시작한다. 슈퍼맨이 떠난 세상은 폭력과 테러가 들끓는 아비규환이다. 슈퍼맨의 죽음에 크게 영향을 받은 배트맨/브루스 웨인은 그간의 냉소적인 시각을 거두고 원더우먼/다이애나 프린스와 함께 ‘메타휴먼’으로 알려진 슈퍼히어로들을 모으는 일에 나선다. 세상의 종말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팀, 저스티스 리그를 결성하기 위해서다. 메타휴
먼은 원더우먼, 플래시, 아쿠아맨, 사이보그, 이 4명을 일컫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브루스 웨인이 렉스 루터로부터 훔쳐낸 암호화된 영상을 통해 짧게 소개된 바 있다.

특출난 능력으로 인해 루터의 주목을 받은 이들을 만나 힘을 합치자고 설득하는 것이 배트맨과 원더우먼이 <저스티스 리그>에서 걷는 여정이며, 개별적인 존재가 모일 때 더 큰 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저스티스 리그>가 전하는 메시지다.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You Can’t Save the World Alone)는 영화 포스터의 문구나, 영화의 배경음악 중 하나로 수록된 게리 클라크 주니어의 <Come Together>(비틀스) 리메이크 역시 영화의 주제를 드러낸다. 지구의 종말로부터 세상을 지켜내는 슈퍼히어로들의 이야기는 이제 새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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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2: 빌런

그렇다면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메타 휴먼들이 만나 ‘저스티스 리그’로 활동하게 되는 계기는 무엇일까? <맨 오브 스틸>에서의 조드 장군,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의 둠스데이에 비견할 만한, 인류를 위협하는 강력한 악당이다. 무려 여섯이나 되는 슈퍼히어로들을 불러내는 위협적인 악당은 ‘스테펜울프’다. 스테펜울프는 스탠 리와 함께 활동한 아티스트 잭 커비가 마블에서 DC 코믹스로 옮긴 뒤 1972년 탄생시킨 악당으로, DC 유니버스의 신들인 뉴 가즈의 일원이며, 패러디몬 군단을 이끄는 사령관이다.

영화의 개봉을 앞둔 지금까지 <저스티스 리그>의 스테펜울프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홍보용 영상 속에서 스치듯 보이는 스테펜울프가 원더우먼과 일대일로 대적하는 장면을 보면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존재임이 분명하다. 스테펜울프가 <저스티스 리그>에서 지구에 오는 이유는 마더박스 때문으로,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한 슈퍼컴퓨터 마더박스에 대한 이른바 ‘떡밥’들이 프랜차이즈의 전편들 곳곳에 배치됐다고 팬들은 분석한다. 영화가 개봉하면 그 단서들과의 줄긋기가 한창일 것으로 예상된다.

<저스티스 리그>에서 스테펜울프를 연기한 배우는 <HBO>의 TV시리즈 <롬>과 <왕좌의 게임>,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 출연한 영국 배우 시아란 힌즈다. 힌즈는 영화 촬영과정 전체가 블루스크린 앞에서 모션캡처로 진행됐다고 한 인터뷰에서 답한 바 있다. 고령인 힌즈가 과격한 액션이 필요한 악당 역할에 캐스팅된 것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 말이 오가긴했으나, 장신의 힌즈와 거구의 스테펜울프는 묘하게 어울린다.

사이보고(레이 피셔).

사이보고(레이 피셔).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플래시(에즈라 밀러)

플래시(에즈라 밀러)

키워드3: 뉴 페이스

<저스티스 리그>는 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장인 동시에, 앞으로 프랜차이즈를 통해 제작될 개별 영화들의 주인공을 소개하는 무대로서 중요하다.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을 통해서 관객과 만난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에서 타이틀롤을 연기한 원더우먼과 달리 플래시, 사이보그, 아쿠아맨은 <저스티스 리그>를 시작으로 그들만의 이야기를 뻗어나갈 예정이다.

우선 사이보그/빅터 스톤은 반인반기계의 존재다. 아이큐 170의 천재 운동선수였던 빅터스톤이 끔찍한 교통사고로 생사의 기로에 놓이자 아버지 살리어스 스톤은 외계기술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아들을 살려낸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잠깐 보여지는 영상에서 살리어스는 사이보그가 탄생하는 순간 기록하던 비디오를 꺼버리는데, 그만큼 사이보그는 윤리적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존재다. 또한 아버지가 과학자라는 점, 부자관계가 소원하다는 점 등에서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리게 한다. 사이보그는 초인적인 힘을 가졌으며,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와 연동되어 현대식 기술을 제어하고 이용할 수 있다. 사이보그를 연기하는 레이 피셔는 <저스티스 리그>를 통해 처음으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연극무대 출신의 배우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플래시/배리 앨런은 이미 TV시리즈 <플래시>로 소개되어 어느 정도 익숙한 히어로다. TV시리즈의 <플래시>가 범죄와 싸우는 선량하고 바른 배리 앨런의 면모를 부각시켰다면, <저스티스 리그>의 플래시는 가볍고 장난스럽다. 저스티스 리그에서 가장 어린 멤버이기도 하다. 브루스 웨인이 플래시를 만났을 때 처음으로 자신이 가진 능력을 깨닫게 되며, 메타휴먼들 가운데 가장 설득하기 쉬운 인물이기도 하다. 플래시는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라는 걸 아는 순간 고민할 것도 없이 “할게요”라고 대답한다. “친구가 없어서요”라고 뒤따르는 귀여운 변명처럼, 플래시는 영화의 코미디를 담당한다. <케빈에 대하여> <신비한 동물사전>에 출연한 에즈라 밀러가 연기한다.

아쿠아맨/아서 커리는 반은 인간이며 반은 아틀란티스인으로 바다와 육지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고독한 존재다. 아쿠아맨을 연기하는 제이슨 모모아에 따르면, 아서는 “아직 7개 바다를 다스리는 왕도 아니고 아쿠아맨도 아닌” 상태다. 그는 대의를 함께하자고 찾아온 브루스 웨인을 거칠게 밀어내지만, 나중에 필요에 의해 리그에 합류한다. 그는 수중 생물들과 소통할 수 있으며, 바다의 거대한 힘을 직관적으로 이해한다. 아쿠아맨은 뭍에서도 바닷속에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듯하며, 공중에서 또한 활약한다. 아쿠아맨에 대한 전사는 2018년 개봉하는 <아쿠아맨>을 통해서 알게 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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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4: 프로덕션

워너브러더스가 <저스티스 리그>의 영화화를 처음 준비했던 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년이다. 이미 각본까지 준비돼 있었던 <저스티스 리그: 모털>은 조지 밀러 감독을 기용해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작가조합의 파업, 로케이션으로 결정됐던 뉴질랜드 정부와의 세금 혜택에 대한 협상 결렬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영화는 무산됐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저스티스 리그>는 2017년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통해 DC 코믹스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데 성공했고, 올여름 <원더우먼>이 이뤄낸 흥행이 더욱 <저스티스 리그>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촬영도 쉽지는 않았다. <맨 오브 스틸> 때부터 감독 겸 제작자로 참여해온 잭 스나이더가 개인적인 비극을 이유로 감독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그의 빈자리를 조스 웨던 감독이 메웠는데, 이로써 웨던은 <어벤져스>와 <저스티스 리그>를 모두 연출한 독보적인 이력을 남겼다. 하지만 영화의 크레딧에는 잭 스나이더가 감독으로, 조스 웨던은 각본가로 이름이 올라간다. 감독이 교체되면서 일부 재촬영도 불가피했다. <버라이어티>가 단독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스나이더 감독이 촬영해둔 분량을 대부분 사용했지만 웨던은 장면과 장면 사이를 부드럽게 잇는 ‘브리지’를 위해 재촬영을 요청했고 2500만달러라는, 중저예산영화 한편을 만들 수 있는 규모의 비용이 투입됐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스케줄을 맞춰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랐고, 이미 다른 영화의 촬영을 위해 모습을 바꾼 배우들의 헤어스타일을 CG로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더해졌다.

‘슈퍼맨’ 역의 헨리 카빌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슈퍼맨’ 역의 헨리 카빌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키워드5: 슈퍼맨 리턴즈

악역 스테펜울프와 마찬가지로 <저스티스 리그>가 마케팅을 통해 드러내지 않으려는 비밀은 슈퍼맨의 등장이다. 더 정확하게는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장례까지 치른 슈퍼맨/클라크 켄트가 언제, 어떻게, 왜 살아서 돌아오는지다. 엄밀히 말해 슈퍼맨이 돌아오는 건 비밀이 아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마지막 장면에서 로이스 레인이 관 위로 뿌린 흙먼지가 떠오르는 장면은 그의 부활을 암시했다. 또한 슈퍼맨은 공식적으로 <저스티스 리그>의 창립 멤버이며, 슈퍼맨을 연기하는 헨리 카빌의 이름은 영화의 크레딧에 버젓이 올라 있다. 슈퍼맨이 빠진 영화 포스터에서도 슈퍼맨의 심벌은 빠지지 않았다.

팬들의 관심이 모이는 지점도 슈퍼맨의 귀환여부가 아니라 슈퍼맨이 어떤 슈트를 입을지다. 시작은 헨리 카빌이 지난해 7월 인스타그램에 올린 한장의 사진이었다. #Superman이라는 태그만 하나 붙어 있는 이 사진은 흑백으로 필터를 입힌 건지, 본래 검은색인 슈트를 찍은 건지 알 수 없지만 슈퍼맨의 검은색 슈트패턴을 클로즈업한 사진이었다. 그 뒤 장난감 제조업체인 마텔에서 발행한 피겨 카탈로그에 슈퍼맨 피겨가 오리지널 슈트와 블랙 슈트를 입은 두 가지 버전으로 등장해, <저스티스 리그>의 슈퍼맨이 블랙 슈트를 입을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가 커졌다. 레드와 블루로 구성된 오리지널 슈트와 블랙 슈트가 다른 점은 망토의 유무인데 망토가 없는 슈퍼맨이라니, 그 뒷모습까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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