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돈의 신> 그뤠잇! 이승환 그뤠잇~!

글 김성훈·사진제공 드림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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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들은 고작 사람이나 사랑 따윌 믿지/ 난 돈을 믿어 고귀하고 정직해 날 구원할 유일한 선/ 늬들은 왜 그리 사니 근데 왜 그 꼴로 사니/ 돈으로 산 내 권세와 젊음 내 삶을 올려다봐.’ 이승환, 주진우, MC 메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풍자하며 쓴 가사가 재기 넘치고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오케스트라가 동원된 멜로디는 이승환 특유의 창법과 어우러져 웅장하다. 주진우 기자가 이명박으로 분장해 출연한 뮤직비디오(연출 백종열)는 이미지 콜라주가 인상적인 풍자극이다.

가수 이승환이 최근 발표한 싱글 앨범 <돈의 신> 이야기다. 음원과 반주 음원을 음원 사이트에 무료로 배포도 했다. <돈의 신>은 주진우 기자의 ‘MB 프로젝트’ 일환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풍자한 곡이다. 근래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이승환을 만났다.

<돈의 신>이 MBC에서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는데.

=예상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헌가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를 발표한 날, 미리 잡혔던 MBC 녹화가 취소된 적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파업은 참여율이 좋고, 영화 <공범자들>도 개봉해 여론이 과거처럼 외면하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돈의 신>은 SBS 라디오에서 많이 틀어주고 있다. 포털 사이트는 아예 처음부터 메인에 노출해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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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기자의 MB 프로젝트에 함께한 이유가 무엇인가.

=인생에 두번의 큰 사건이 있었는데 하나가 들국화 공연을 보며 음악을 직업적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이다.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시절,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겠다며 후보로 나서자 어떻게 그가 누구인지 모를 수 있을까, 스스로 너무 이상하다 싶었다. 그때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전에도 내 음악을 하고 있었지만 내 삶과 생각을 반영할 음악을 진정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다. MB 프로젝트는 좋은 기회고, 당연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터인가 이승환의 음악은 길고 긴 투쟁의 현장에 열기를 불어넣었다. 광우병 촛불 시위(2008년),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콘서트(2009년) 무대에 올랐고 제작 난항을 겪던 영화 <26년>(2012)에 투자자로 참여해 힘을 더했으며 세월호 참사 추모곡 <가만히 있으라>(2015)를 내놓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했고 공연 <한쪽 눈을 가리지 마세요>(2015)를 직접 열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지난겨울,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 국민들의 힘겨운 겨울나기에 든든한 힘을 보탰다.

=음악을 하면서 돈을 벌면 좋겠지만, 나 스스로가 돈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인 것 같다. 그게 나를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든다. 요즘은 아티스트의 능력이나 예술성이 아닌 오로지 돈을 기준으로 모든 가치를 평가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돈을 숭상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 편법이나 범법으로 돈을 챙기고, 낙수효과처럼 국민들이 보고 배운 것 같다. 건물주가 아이들의 꿈이 된, 천박한 세상이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른 대통령과의 차이 중 하나가….

=완벽한 뻔뻔함이지. 하하하. 보수적인 집안에서 나고 자라 부산과 대구를 거쳐 서울 강남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보수 엘리트의 과정을 두루 거쳐온 까닭에 (정치에 대한) 아무런 의식이 없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나와 이상한 거짓말을 해대는 게 빤히 보이는데 사람들이 그것에 현혹되는 걸 보고 너무 놀랐다. 이명박은 내게 정치를 알려준, 의미가 큰 사람이다. 반대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심이 전혀 없다가 퇴임 이후의 행보를 보고 대통령이 재직 때 했던 일들을 찾아보면서 좋은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싶었다.

이명박의 존재가 지금도 견고한데 그를 풍자하는 음반을 내는 일이 두렵진 않았나.

=(이명박은) 엄청 힘이 세다.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콘서트에 나가기로 했을 때 공연 담당자를 통해 앞으로 공연장을 대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연락이 온 게 가장 큰 위협이었다. 모든 것을 빼앗아가겠다는 얘기니까. 경찰이 밴드 멤버들에게 이름을 적어 제출하게 하거나 청와대 경호팀이 연말 공연의 안전 점검을 직접 하겠다고 온 적도 있다. 세무조사도 당했다. 진짜 꼼꼼하셨어. (웃음)

이명박을 풍자하는 가사가 재기 넘치고 재미있더라.

=객관적이고 정확한 가사여야 해서 주진우와 함께 썼고 법률 자문을 받았다. 처음에는 세게 쓰고 싶었는데 곡 작업을 하다보니 풍자라는 게 선을 타는 재미가 있었다.

백종열 감독이 연출하고 주진우 기자가 이명박 분장을 하고 출연한 뮤직비디오도 인상적이었다.

=신화와 관련된 컨셉이다. 백종열 감독에게 (주)진우가 무조건 나와야 하고, 이명박으로 분장하면 아이러니해서 더 재미있겠다고 싶었으며, (백종열 감독이) 콜라주를 시도하겠다고 하니 이명박 사진 열 몇장을 골라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레이어가 많아서 편집한 분이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음악적으로 이런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는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5월21일부터 일을 쉬고 있어서 시간이 많았다. 여자를 너무 안 만났으니까 10월까지 5개월 동안 소개팅을 해야지 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웃음) 그리고 내가 새 정부의 수혜를 받을거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행사에 나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특정 당이 주최하는 자리에 참석하기가 싫었다. 대선 때 지지하긴 했지만 말이다. 내 돈을 직접 투자해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공연 <한쪽 눈을 가리지 마세요>를 열었다. 그만큼 특정 정당이나 정치 세력과 관련이 없는데 오해를 받느니 차라리 일을 잠깐 안 해야겠다 싶었는데 아무도 소개팅을 안 해주고. (웃음) 시간이 많아서 편집을 오래한 덕분에 곡이 잘 나온 것 같다.

주진우 기자가 출연한 영화 <저수지 게임>(감독 최진성, 2017)은 봤나.

=언론에 공개되기 전에 봤다. 취재 실패담을 그린 영화인데 진우가 되게 껄렁거리더라. 아무래도 카메라가 따라다니니까 실제로 취재하는 것보다 멋지게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류승완 감독과 여러 의견을 내기도 했는데 그걸 다 밝힐 순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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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때 촛불 집회 무대에 올라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물어본다> <폴 투 플라이> <덩크슛>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가족> 등 총 6곡을 불렀는데.

=공연을 가장 많이 하지만 텔레비전에 많이 안 나오다보니 사람들이 나를 잘 모른다. 그날 <덩크슛>을 불렀는데, 후렴구에 있는 가사 ‘주문을 외워보자/ 야발라바히야 야발라바히야’를 ‘주문을 외워보자/ 하야하라 박근혜 하야하라 박근혜’로 개사했는데 사람들이 멜로디를 몰라서 실제 음정과 다르게 불러 놀랐다. (웃음) 집회가 어렵고 무섭다는 생각이 안 들게 만들고 싶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게 하는 게 의도였다.

대중가수로서 가진 영향력을 인간의 존엄과 세상의 정의를 지키는 데 활용하는 모습이 든든했다.

=성향이 연예계에서 완전한 아웃사이더이자 꼴통이니까. 지금도 하는 얘기지만 아는 PD가 4명밖에 없고, 아는 연예인도 4명밖에 없으며 연예계 매니저는 한명도 아는 사람이 없다. 25살 때 직접 앨범을 제작하고 매니지먼트를 하면서 지켜본 방송·언론쪽 아저씨들의 모습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촌지를 요구하고, 그걸 주지 않으면 ‘같이 사는 세상이야, 승환아’ 이런 얘기를 들어야 했고. 그때부터 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반감을 너무 많이 가져서 반골이 된 거다. 처음에는 ‘돈 때문에 음악 하는 게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물론 중간에 돈을 벌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애원> 뮤직비디오를 찍을 당시 귀신을 조작했다는 루머가 돌았을 때 매니저나 제작자 같은 바람막이 하나 없이 많은 적폐들을 맞닥뜨리면서 그 사람들과 동화되지 않기 위해 튕겨져 나가야 했다. 사이가 워낙 안 좋았던 탓에 그들은 <애원> 뮤직비디오 사태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보도했던 거다.

평소 후배 뮤지션들에게 대관료를 지원해주고, 수익금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프리 프롬 올’(Free from All)을 운영해왔고, 최근에는 CJ문화재단과 함께 인디밴드 공연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인 ‘프라지트’(FRAZIT)도 시작했는데.

=지난 2년 동안 100개가 넘는 팀에 홍대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80만원씩 지원했다. 정의롭게 살아왔다는 자부심이 있다. 지난해 인디신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선정됐다(국제음악축제 잔다리페스타에서 올해 키워드를 ‘리스펙트’로 정하면서 ‘존중의 인물’로 이승환을 선정했다). 후배들에게 대놓고 얘기한다. 내 목표는 너희들한테 존경받는 사람이 되는 거야, 존경을 받기 위해 그런 일들을 할 뿐이야.

11월부터 전국투어가 예정되어 있는데.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

=주진우가 전화를 해와서 ‘건강 괜찮으세요?’라고 물으면 맨날 하는 대답이 있다. 너보다는 나아. (웃음) 지난해 무대 위에서 8시간27분을 노래했다. 어제 팔굽혀펴기 기록이 165개였고, 한번에. 2, 3개월 전에 턱걸이를 30개 넘게 했다. 나는 건강하다. 섹스를 못해서 그게 자신이 없어서 그렇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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