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②] 셰어하우스는 새로운 주거 모델일까

글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신학기 개강을 앞둔 2014년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길 벽면에 자취생, 세입자를 구하는 전단이 빼곡히 붙어 있다. (한겨레21 류우종)

신학기 개강을 앞둔 2014년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길 벽면에 자취생, 세입자를 구하는 전단이 빼곡히 붙어 있다. (한겨레21 류우종)

‘럭셔리 고시원’ ‘호텔식 셰어하우스’라는 말이 등장했다. ‘럭셔리’와 ‘고시원’, ‘호텔식’과 교류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적인 ‘셰어하우스’라는 조합이라니.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말들의 향연이다. 역설적 표현의 홍수야말로 열악한 청년 주거 문제의 심각함을 증언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은 아닐까.

셰어하우스, 충분히 가능한 다양함

JTBC 드라마 <청춘시대> 시즌2가 시작되면서 셰어하우스(공유주택)에 대한 기대는 더 커져가고 있다. 각자 상처를 갖고 사는 여성들이 서로의 존재를 끊임없이 상기하며 돌보고 살아가는 삶을 그린 <청춘시대>는 당연히 모든 셰어하우스에서 실현 할 수 있는 삶은 아니다. 입주자간 교류가 전혀 없어 ‘벽 없는’ 고시원 같은 셰어하우스도 있고, 거실이 창고가 되어버린 셰어하우스도 있다. ‘교류’와 ‘공유’라는 셰어하우스의 장점이 오히려 단점이 된 것이다.

하지만 모든 셰어하우스를 그저 환상이란 말로 일축할 수는 없다. 셰어하우스는 독립이 곧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단선적 주거 유형에 균열을 냈다. 아울러 1인 가구의 관계망 형성을 통한 주거 안정이 가능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민달팽이유니온도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어 청년들이 함께 사는 ‘달팽이집’을 운영중이다. 협동조합,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등이 시도하는 셰어하우스는 사람과 삶이 다양한 만큼 이를 담는 그릇인 집 역시 충분히 다양해질 수 있음을, 그래서 삶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떤 집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셰어하우스의 운명은 입주자, 그리고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집을 만드는 사람들,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장시킨다면 셰어하우스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주거 모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칫 그저 하나의 변종 월세방이 될 수도 있다.

‘준주택’으로 변모한 고시원

과거 고시원은 단기 거주, 저렴 주택의 상징이었다. 본래 고시원이 탄생한 목적은 단기간 학업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혹은 임시로 살며 학업 능률을 올리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보증금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주거 유형이 됐다. 고시원은 당연히 한 사람의 주거 공간으로 충분하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하는 최저 주거 기준은 1인당 14m²(4.2평 남짓)에 전용 입식 부엌과 수세식 화장실, 목욕시설이 있어야한다. 하지만 고시원은 면적은 물론이고 화장실과 부엌 등의 독립 사용 여부에서도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런 고시원을 ‘준주택’(주택에 준하는 거처)이라는 말로 양성화해, 주택이 아닌 곳을 ‘주택’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착시효과를 낳았다. 정부가 고시하는 최소한의 주거 기준도 갖추지 않은 채 다양한 형태로 변형돼 높은 월세를 부과하는 고시원은 이젠 명실상부한 하나의 주거 유형으로 자리잡았다. 신축 건물에 있거나, 창문이 있거나, 부엌에 라면 대신 식빵을 구비해놓으면 ‘럭셔리 고시원’이 되는 지경이다.

도심 내 소형 주택(60m² 이하)을 여러 채 짓는 것보다, 도시 외곽 지역에 중·대형 주택(60m² 초과)을 단지형으로 지으면 훨씬 임대료가 싸진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국토교통부에서 매달 발표하는 주택 실거래가를 토대로 소형 주택과 중·대형 주택의 임대료를 비교해봤다. 2015년 8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중 단독·다가구주택, 연립·다세대주택, 아파트의 전·월세 자료 등 총 9만4168건을 분석했다. 그리고 해당 시기 전·월세 전환율(전국 평균 7.3%, 서울 6.4%)을 적용해 소형 주택과 중·대형 주택의 단위면적(m²)당 임대료를 비교했다. <그림>에서 나타나듯, 면적이 작을수록 아파트보다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의 단위면적당 임대료가 저렴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도심 내 원룸·오피스텔, 심지어 고시원이 비싼 것은 수요가 몰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도심이라고 해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 주로 사는 주택의 가격이 더 비싼 것은 옳은가. 나아가 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공정한가.

자료 민달팽이유니온(2015년 8월 국토교통부 주택 실거래가 분석)

자료 민달팽이유니온(2015년 8월 국토교통부 주택 실거래가 분석)

말뿐인 청년 주거 정책

청년 주거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나서 선거 때마다 모든 여야 후보들이 공공임대주택과 기숙사 확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청년층을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과 기숙사 등 30만호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2013년 행복주택과 서울 구의동 공공 기숙사는 끝내 무산됐고, 2014년 경희대 기숙사는 여러 차례 내홍 끝에 올가을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한양대와 고려대는 기숙사 신축 계획이 발표되고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책임지는 기숙사와 공공임대주택의 상황이 이런데, 민간 임대시장의 사정이 좋을 리 없다.

청년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의 경우, 임대사업자로 정식 등록하지 않아도 사업을 운영할 수 있고, 월세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도 내지 않는다. 최저 주거 기준은 있지만 관리·감독은 하지 않는다. 독서실이나 학원 등을 원룸으로 둔갑시킨 불법 건축물은 신고하면 세입자에게 피해가 전가되기도 한다. 한 청년은 “식당에서 벌레가 나오면 신고라도 할 곳이 있고 식당이 과태료를 내기도 한다. 그런데 임대인들은 최저 주거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공간을 공급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이제 부동산 정책 기조를 ‘경기 부양’에서 대대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청년들이 불쌍해서 집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불쌍한 또는 불온한 사람으로 청년을 가두지 말아야 한다. 청년은 이전 세대가 만들어놓은 불평등으로 인해 주거 접근이 제한된 시민이다. 발빠른 부동산 시장과 변죽을 울리는 정부 사이에서 청년의 시간은 계속 흐른다. 청년을 시민으로 존중하는 청년 주거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답글 남기기

댓글 작성을 위해서는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