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에서] 끝난 연애의 지뢰밭

글·사진 김영빈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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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CC(캠퍼스 커플)의 로망을 꿈꿔봤을 거다. 봄이면 꽃이 활짝 피고, 가을이면 단풍에 짙게 그을린 대학 캠퍼스는 학업의 고단함마저 아름답게 물들이니까. 그러나 헤어진 CC의 캠퍼스만큼 골치 아픈 것도 없다. 만남이 길어질수록, 남들에게 노출이 많이 된 커플일수록 그 고충은 배가된다.

같은 과인 여학우와 CC였던 K군(24). 얼마 전 그의 길었던 연애가 끝났다. 강의실에 유독 빨리 도착해 있던 K군은 익숙했던 캠퍼스가 요즘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는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넓기만 하던 캠퍼스가 이렇게 좁은 곳인지 몰랐어요. 시간표까지 맞춰서 공강 시간에 그 친구와 항상 같이 있었기 때문에 요즘은 그럴 때 어딜가야 할지 모르겠다니까요.” 수업이 끝나고 다음 수업이 있는 건물로 이동하는데, K군은 눈치를 살피느라 바쁘다. “이 시간이면 그 친구가 음악학과 건물로 들어갈 시간이에요. 형, 죄송하지만 다른 길로 돌아서 가시겠어요? 마주칠 거 같아서….” K군이 그 친구와 악감정을 남기고 헤어진 건 아니다. 나는 둘의 연애를 시작부터 지켜봐왔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단지 오랜 기간 동안 가장 가깝게 지냈던 사람과 남보다 못한 관계로 만나는 그 순간이 어색할 뿐이겠지. 이해한다. 그만큼 숨 막히는 시공간도 없지. 짧은 길을 멀리 돌아가며 주위를 살피던 K군은 느닷없이 이런 말을 했다. “오늘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캠퍼스가 유독 예쁘네요. 근데 우리 학교 여성분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예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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