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기행@우리학교] 숲으로 가자

글·사진 이승재 이재오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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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살아 숨쉬는 영혼들 ‘현충원’

중앙대학교 버스정류장에서 5524번 녹색버스를 타고 10분이 지났을까. 열린 창문 틈으로 청량한 풀내음이 느껴진다면 국립서울현충원(현충원)에 도착했다는 신호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생을 살아온 분들을 모신 현충원은 수려한 자연경관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계절에 따라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입다 보니 조문객들이 그 아름다움에 반해 발걸음이 묶일 정도다.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충성 분수대 뒤편으로 겨레얼마당이 펼쳐져 있다. 현충원의 푸름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시기는 6월일 것이다. 아직 쌀쌀한 기운이 잔디밭에 남아 있는지 5월의 겨레얼마당은 마냥 푸르지만은 않다.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얼룩진 마당 한편에선 한 가족이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바람을 즐기고 있다. 풀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숨이 탁 트여온다. 겨레얼마당을 지나 왼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현충천이 나온다. 현충천은 고요함이 좋아 찾게 되는 곳이다. 이 자그마한 도랑이 내는 ‘졸졸’ 소리를 들으며 물길을 따라 핀 꽃을 감상하는 것이 묘미다. 현충천 주변을 서성이다 보면 사색에 잠기게 된다. 현충천 오른쪽에는 충무정이라고 불리는 정자가 있다. 충무정에서 꽃나무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으면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현충천에서 구름다리를 건너면 바로 현충지에 닿는다. 벤치에 앉아 연못을 바라본 채 멍 때리는 것도 괜찮다.

현충원_충성분수대_이승재 복사

현충천을 거슬러 오르는 길에는 묘역들이 자리해 있다. 56개의 묘역들 가운데 몇몇 무덤에 얽힌 사연이 가슴에 남는다. 낙하산을 펴지 못하고 있는 부하를 구하다 결빙된 한강으로 추락하여 순직한 상사의 이야기. 베트남 파병 훈련 중 부하가 떨어뜨린 수류탄을 자신의 몸으로 덮쳐 부하들을 구하고 산화한 소령의 이야기. 이름 모를 묘지에 대고 감사하다고, 편히 쉬시라 되뇐다. 묘지 곁에 심어져 있는 꽃들이 유난히 향기롭다. 화창한 6월의 어느 날, 현충원을 다시 찾는 건 어떨까. 전사자위령제, 현충일 추념식, 6·25 행사 등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용시간 참배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 개방시간 오전 6시~오후 6시 충혼당 참배 오전 9시~오후 6시 / 전시관 관람 오전 9시~오후 5시30분
주소 서울 동작구 현충로 210
가는 길 동작역 8번 출구로 나오면 정문이 보임
인근 대학 서울대학교, 중앙대학교, 총신대학교

이촌한강공원4_이승재 복사

미리 맛보는 천고마비 ‘이촌한강공원’

5월은 미세먼지의 달이었다. 마스크를 챙겨도 찝찝한 날씨는 이제 지긋지긋하다. 호흡기가 마비되기 전에 서둘러 맑은 공기를 찾아 떠나자. 서울의 중심부에서 가을의 공활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여기가 낙원일 테다. 푸른 한강과 녹색 숲을 모두 눈에 담을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오후 4시, 사파이어와 에메랄드를 꼭 빼닮은 이촌한강공원으로 향했다.

남들과 다른 기행을 꿈꾼다면 스스로에게 미션을 부여해보는 건 어떨까. 자전거 기행을 떠나는 것이다. 이촌한강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촌1동 마을공원과 LIG강촌아파트 103동 앞에 서울 자전거 따릉이 대여소가 있다. 천원을 결제한 순간, 따릉이와의 미션은 시작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한 시간. 제때에 공원을 둘러보고 자전거를 반납해야 벌금을 내지 않는다. 시한부 같은 여정 속에서 더 간절해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컴컴한 이촌나들목을 나서니 푸른 들판이 있고 그 너머에 한강이 있다. 들판에는 황색보리, 자색보리, 흑색보리를 비롯한 오색보리가 종류별로 심어져 있다. 보리밭에 누워 바라보는 하늘은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흙길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갈라진 보리밭을 걸으면 홍해의 기적을 행한 모세가 된 듯하다. 보름달이 뜨는 밤에 오면 장관이겠다. 그때는 모세의 권능을 빌려 컨셉 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들을 갈라놓으리라.

이촌한강공원1_이승재 복사

열심히 돌아다닌 다음은 항상 배가 고프다. 그러나 도시락을 싸오지 않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촌한강공원에서 서빙고역쪽으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간이 편의점은 웬만한 편의점 뺨치는 클래스를 과시한다. 한강에 오면 라면을 먹어야 하는 법. 컵라면과 시원한 음료 하나를 구입하고 플라스틱 의자에 앉으니 세상이 아름답다. 야외에서 먹는 라면 맛이 기가 막히지만 격하게 감동한 탓에 자전거를 빌렸다는 사실을 깜박하진 말자. 자전거 반납을 위해 이촌나들목으로 돌아가다 보면 이촌 자연학습장이 나온다. 라일락, 해당화, 사사, 무늬쑥부쟁이 등 다양한 식물이 어우러진 정원이다. 곁에 설명이 적힌 팻말이 꽂혀 있어 식물 공부를 할 수 있다. 아직 시간이 괜찮다면 찬찬히 읽어봐도 좋다. 연못에서 울려 퍼지는 개구리 소리가 꽤 청아하다.

이용시간 연중무휴
주소 서울 용산구 이촌로72길 62 한강공원
가는 길 도보로 이촌역 4번 출구에서 10여분 소요
인근 대학 숙명여자대학교, 숭실대학교, 건국대학교

서울숲2_이재오 복사

도심 속 푸른 식물의 살랑거림 ‘서울숲’

숲이 주는 안락함도 안락함이지만 기본적으로 우린 녹색으로 물든 탁 트인 공간이 필요하다. 사방이 턱 막힌 건물의 견고함 말고 직접 숨을 쉬는 푸른 식물의 살랑거림 말이다. 봄이 자신의 존재감을 마구 뽐내고 있는 지금 같은 때엔 영국의 하이드파크나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도심 속 녹지 서울숲이 당신에게 해갈을 선물할 테니.

서울숲은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공원으로, 말마따나 녹음이 우거진 공원이라 보면 된다. 지하철 2호선 뚝섬역과 분당선 서울숲역에서 접근 가능하며 왕십리역에서도 그리 멀지 않다. 서울시청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와 건국대학교랑 매우 가까이 위치해 있다.

넓은 잔디밭과 공연시설 등이 놓인 A-zone은 그야말로 소풍의 메카. 체육공원, 경마장 등의 시설을 남겨서 리포밍했는데 이게 또 도심 속 녹지와 녹지 속 현대미학을 잘 표현하고 있다. 어린이 놀이 시설이 있으며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 연인들도 많이 찾는다. 웨딩 촬영도 빈번히 볼 수 있으니 인생숏 하나 건지고 싶다면 A-zone을 여기저기 돌아다녀보는 걸 추천한다.

서울숲4_이재오 복사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꽃사슴 방사장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료를 직접 사서 사슴들에게 즐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구제역 예방을 위해 판매를 금지한 상황. 손까지 씹어먹을 것 같던 꽃사슴들의 기세는 볼 수 없지만 여전히 자유롭게 뛰놀고 있는 녀석들을 볼 수 있다. 근처 보행 전망교에서 바라보는 노을도 상당한 운치를 자랑한다.

그 밖의 큰 시설로는 곤충식물원과 고라니, 사슴 등을 방목해놓은 방목장, 승마를 체험할 수 있는 승마장 등이 있다. 특히 곤충식물원엔 아담함과는 별개로 철갑상어, 거북이, 잉어 등이 전시된 어항과 나비나 나방 등의 박제도 볼 수 있을 만큼 잘 꾸며져 있다.

주말엔 경찰이 동원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도 하지만 평일엔 비교적 한산하다. 뜻밖의 공강이 났다면 서울숲을 향해 떠나보는 것은 어떨지.

이용시간 야외 시설은 연중무휴, 일부 시설은 홈페이지(http://parks.seoul.go.kr) 참조
주소 서울 성동구 뚝섬로 273
가는 길 도보로 뚝섬역 8번 출구에서 15분, 서울숲역 3번 출구에서 5분 소요
인근 대학 한양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서울지역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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