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젠트리피케이션은 우리 모두의 문제

글 김정현 대학생 기자 / 사진 백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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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균 ‘그문화다방’ 대표
김남균 대표는 현재 당인리 발전소 골목에서 카페 겸 갤러리 ‘그문화다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맘 편히 장사하고 싶은 상인들의 모임’(이하 맘상모)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를 만나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물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사전적으로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의미하는데요. 한국 사회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실제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요.

=한국 사회에서는 주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가임대차 분쟁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을 많이 이야기해요. 거기서 벌어지는 일들을 쉽게 ‘가마우지 낚시’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 가마우지라는 새의 목에 줄을 건 다음 물고기를 잡아오게 하는 낚시 방식이에요.

-임대인이 낚시꾼, 임차인이 가마우지라고 볼 수 있는 거네요.

=그렇죠. 비슷한 표현으로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버는’ 뭐 그런식이죠. 신진 예술가들과 영세 자본의 소상공인들이 골목과 동네에 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면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몰리고 그럼 돈냄새를 맡은 대기업들이 슬슬 들어와요. 건물주 입장에서는 이때다 싶어 임대료를 올려버리고 그걸 감당할 수 없는 기존의 예술가와 상인들은 쫓겨나죠. 열심히 물고기를 물어다준 가마우지는 버려지고 낚시꾼은 그걸 팔아 돈을 버는 그런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때가 언제인가요? 그문화다방을 운영하시게 되면서 자연스레 시작된 건가요.

=본격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활동을 시작한 건 2013년 5월부터예요. 처음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거는 대학원 공부 때문이에요. 2012년경에 저작권법 관련 과정을 밟다가 특별법에 대해서 공부한 적이 있는데, 그때 임대차법을 알게 됐어요. 깜짝 놀랐죠. 일단 이런 법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었고, 해외 사례들과 비교해 보다보니 “아니, 이건 우리나라가 너무 열악한데?” 하는 생각을 한 거죠. 그때부터 미친 듯이 논문을 찾아보고 공부하다가 한 미술잡지에 젠트리피케이션과 문화백화현상(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특정 장소의 개성적인 문화와 분위기가 사라지는 현상.-편집자)에 대한 글을 기고하게 됐죠. 그게 본격적인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 목소리를 냈을 때부터 지금까지 관련 논의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정리되었다고 보세요.

=논의의 수준을 1, 2, 3단계로 나눠볼게요. 1단계는 ‘용어 개념의 이해’, 2단계는 ‘정립된 용어를 둘러싼 대안의 마련, 즉 입법’, 3단계는 ‘안정기’예요. 그중 1단계를 다시 1-2 ‘용어의 대중화’, 1-3 ‘용어의 정립’으로 세분화할 수 있고요. 지금 우리는 1단계와 2단계가 혼용돼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고 각종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서 용어 자체는 사람들이 많이 인식하게 됐다고 봐야죠. 저도 2015년에 인터뷰를 많이 했고요. 학계에서 관련 논문도 다수 나왔고 지자체 차원에서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책을 연구하고 있으니까, 지금은 1-3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과도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이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서 보다 깊고 풍부한 차원에서 이야기되어야 할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젠트리피케이션을 문제 삼았을 때 “그럼 당신들은 시장 원리를 부정하는 거냐” 이렇게 나오는 거죠. 하지만 되묻고 싶어요. 그 시장이 과연 제대로 된 시장이냐고요. 현재의 임대차보호법하에서 임차인은 건물주가 나가라면 군말 없이 나가야 되는 철저한 을의 입장이에요. 이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이렇게 가다가는 끝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소유권의 개념에 대해 다시금 깊고 풍부하게 사유하고 고민하면서, 이걸 어떻게 했을 때 서로가 최대한 피해를 줄이고 공동체 전체에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갈 수 있냐라는 논의가 나와야 해요.

-그 말인즉 한국 사회에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철저한 시장경제논리와 사적 소유의 중요성만 내세우는 편협한 시선이 만연하다는 지적인가요.

=그렇죠. 부동산 투기의 경우 예전에는 사람들이 손가락질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들 자연스레 쫓아가고 있는 거예요. 땅이나 건물을 통해 차익을 남기는 걸 재테크라 이름 붙이고 그게 정상화되고 당연시되다 보니 모두가 시장경제논리 안에서만 단선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거죠.

-이런 인식들이 하루아침에 전환되긴 쉽지 않을 텐데요. 제도적 차원에서 접근이 가능할까요.

=이걸 뿌리 뽑을 수 있는 건 ‘법 개정’밖에 없어요. 지금까지 언론이나 학계에서 관련 담론들은 충분히 생산해왔어요. 피해자들이 어떤 과정으로 쫓겨나게 됐는가 같은 감성적인 스토리는 나올 만큼 나와서 시사성도 충분해요. 이제는 실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법을 바꿔야죠. 맘상모같은 단체나 기타 경로를 통해 입법기관을 꾸준히 압박하면서 현재의 불합리한 임대차 보호법이 개선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쏟아야 해요. 법만 개정되면 정말 많은 걸 바꿀 수 있어요.

-젠트리피케이션은 청년들과도 연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실 젠트리피케이션이 휩쓸고 가는 ‘뜨는 동네’, ‘핫 플레이스’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청년들인데요.

=꼭 건물주와 임차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여러 측면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게 젠트리피케이션이에요. 홍대나 신촌의 경우에 대학가인데 그렇게 월세가 올라버리면 거기 다니는 대학생들은 자취하기 힘들어지고, 가게들이 가격도 올리게 되니까 가뜩이나 어려운 주머니 사정이 더 팍팍해지죠.

-청년 주거뿐 아니라 창업이나 일자리를 구할 때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당연히 영향이 있죠. 임대료가 급등한 상권은 애초에 진입장벽이 높아서 창업자들은 들어갈 수가 없어요.무리해서 들어가면 빚이 쌓이는 건 시간문제고, 다른 곳 역시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겠죠. 젠트리피케이션에 있어서 청년들만큼 좋은 먹잇감이 없어요. 세련된 감각과 번뜩이는 아이디어, 정말 좋은 건데도 그게 도리어 젠트리피케이션을 부르는 역설을 낳아요. 요즘 SNS 등을 통해서 폭발적으로 인기가 올랐잖아요. 그럼 당연히 건물주와 부동산 업자들은 그걸 감지하고 임대료를 올려요. 또 창업자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 노동자들도 피해자가 돼요. 카페나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 많이들 하죠? 일하던 가게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피해를 입으면 괜히 엄한 알바 노동자까지 타격을 입는 거죠. 카페 하나가 사라지면 거기에서 일하던 대학생들 4~5명이 우르르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죠.

-문화 소비와 향유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어떨까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다양한 가치와 개성을 가진 문화들이 사라지는 점도 피해라면 피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소비자 주권 혹은 고객행복추구권의 문제로 가는 거겠죠. 이전에는 재밌고 독특한 문화들로 넘쳐나서 소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장소였는데, 갈수록 거대 프랜차이즈들이 득실대면서 획일화되어버리니 선택지도 만족감도 사라져버리는 거예요. 개성 있는 문화 창조자들이 프랜차이즈로 대표되는 시장논리에 완전히 몰살당했을 때, 문화가 사라진 골목은 본래의 빛을 잃어버리는 거죠.

-새로운 문화가 피어나는 곳에 매력을 느껴 그곳에 뛰어들어 창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팁을 준다면요.

=가장 먼저, 제도가 이렇게 생겨 먹었다는 걸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룰이 임차인 5년 보호로 돼 있어요. 그러니까 일단 5년 동안의 계획을 갖고 시작해야겠죠. 그 기간 동안 어떻게 대응하고 방어할 수 있는지 묻고 확인하는 과정을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쓴 책 <골목사장 생존법>도 그런 맥락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웃음) 덧붙이자면, 이런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해요. 그래야 바뀌어요. 젠트리피케이션은 상인들만의 문제도, 거주민만의 문제도, 청년 세대만의 문제도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결국은 도시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엮여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예요.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제도적 차원의 개선을 이끌어내는 데 함께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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