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미리 메리 베이케이션 ②

글 황주영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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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취미생활 만들기

종강과 함께 앞다투어 다시 시작되는 개강. 자격증 학원의 시즌이 왔다. 학생들은 여름이고 겨울이고 빼곡히 놓인 책상에 쪼그려 앉는다. 시종일관 멍한 표정, 꾹 닫은 입, 힘없는 발걸음, 괜스레 쳐다보는 하늘, 그리고 한숨. 다들 공감할 오늘의 학원 모습 아닌가. 최적으로 만들어진 환경 속에 우린 최악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아, 세상에는 뭘 그렇게 갖춰야 할 것들이 많은지. 어린 시절 머릿속에 남은 학원은 조금은 즐거운 곳이었던 것도 같은데. 춤? 노래? 그림 그리기? 20대가 되고 나니 어느새 관심 가는 곳에 발을 들이밀기도 괜히 민망해져버렸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지금이라도 취미를 시작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무엇을 왜 어떻게 배우는지 물어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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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S양(25)
왜 ‘기타’야?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가 기타를 연주하셨어. ‘나도 언젠가 배워야지’ 생각했었지. 그러다 실행에 옮기게 된 가장 큰 계기가 ‘Now or Never’라는 글귀였어. 지금 아니면 4학년이 되고, 그 이후에는 취업을 해야 하니까. 과연 앞으로 기타를 배울 여유가 있을까 생각하게 된 거지. 금전적인 부담이 있더라도 ‘지금 당장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수강모집 기간이라 곧바로 다니게 됐어.
해보니까 어때? 끈기 있게 하는 데 힘들어하는 편이라, 이 또한 금방 그만둘 거라 생각했어. 지금은 수업이 정말 재밌고 매번 기다려져. 3개월 동안 연습하고, 지인들을 초대해 공연할 수 있다는데 매력을 느꼈어. 음원과 영상이라는 결과물도 남길 수 있기도 하고 말이야. 지금은 함께하는 팀에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있고, 도전 하나를 완성해보고 싶다는 의식도 생겨서 끈기를 갖게 됐어.
학교 수업과 다른 점은? 이제까지 나 스스로 여러 가지 제약을 들면서 하고 싶은 것을 ‘안 해왔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학원생들은 40대 아저씨부터 같은 학교 학우, 입시 준비하는 고등학생 등 다양해.
가장 큰 변화라면? 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아졌어. ‘마음먹으면 내가 다 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전에는 스스로 걸어뒀던 시간 경제적 제약도 있었고 ‘차라리 친구들이랑 놀래’ 하는 생각이었다고 하면 지금은 수영을 배운다거나 사진 공부도 할 수 있 을 것 같은, ‘또 다른 것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어.
친구들에게도 추천할 거야? 일상에 활력이 생기는 것 같아.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해보는 게 맞는 것 같아. 정말 추천해. 이런 취미들이 미래 직장과 관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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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D양(23)
왜 ‘발레’야? 우연히 잡지에서 발레 학원에 대해 읽고, 수능 끝나면 해봐야지 마음먹었어. 그런데 막상 가기가 쉽지 않아 한참을 미뤘지. ‘20대 가기 전에는 도전해야지’ 생각했는데 마침 새로 이사 간 곳에서 3분 거리에 학원이 있더라. 당시 건강 때문에 휴학도 했던 터라 컨디션을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운동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뭔가를 ‘배워야지’라는 마음보다 운동 자체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 지난 1월 중순부터 시작해 3월까지 하고 나서 다시 5월부터 다니고 있어.
해보니까 어때? 학원 가는 날은 온종일 신이 나. 즐거운 하굣길이랄까? 몸을 쓴다는 데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비로소 흥미를 갖게 됐어.
학교 수업과 다른 점은? 학교 수업보다는 여유롭게 즐기게 되는 것 같아. 총 세명 수강생 중 내가 막내야. 두살 터울의 언니와 어느새 아주 친해졌고.
가장 큰 변화라면? 자타공인 몸치였는데, 몸 쓰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됐어. 사실 아직도 박자는 잘 못 맞춰. 학교 다닐 때 억지로 했던 장기자랑, 춤추기로 고민했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지. 성장하고 있는 듯해.
친구들에게도 추천할거야? 그렇지 않아도 주변 친구들한테 추천하고 다니는 중이야. 장차 꿈이 무대연출이나 공연기획쪽으로 진출하는 건데, 발레를 배우면서 춤 전체 동선이 어떤지, 몸의 어느 부분에 힘을 주는지 등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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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L양(22)
왜 ‘모델’이야? 이제껏 난 정말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었어. 앞서 연기, 작곡, 댄스들을 배웠었어. 공통점을 찾자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활동들이라는 거야. 연기로, 멜로디와 가사로, 워킹과 포즈로 말이지. 지금 수강하는 모델 수업은 사진 찍히는 것도 좋아하고, 해당 분야의 기초를 배우고 싶어 시작했어.
해보니까 어때? 앞선 수업들을 통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찾았어. 배우라는 꿈을 펼치기 위해 발성과 같은 기초적인 배움을 찾아서 학원에 갔고, 7살 때부터 13살까지 줄곧 배웠던 음악에 대한 꿈으로 또 학원을 찾았어. 모델 수업 때 진행했던 화보 촬영에서, 카메라 앞에서 솔직해졌던 기억이 나.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같은 사람이라도 분위기를 다르게 표현할 수 있고, 비록 잘하지는 않더라도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이었어. 워킹을 배우면서,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알았지. 지금은 나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방송 출연쪽에도 관심이 생겼어.
학교 수업과 다른 점은? 아무래도 학교 사람들은 학과의 특성을 보고 만난 사람들이니 자주 접촉하면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정말 학교생활 그 정도에 머무르는 것 같아. 반면 관심사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더 많이 소통할 수 있었고, 내 이야기를 더욱 솔직하게 펼칠 수 있었어. 다른 모임에서 드러내기 힘들었던 꿈에 대해 좀더 자신감 있게 말하고, 서로 도움도 받을 수 있었으니까.
가장 큰 변화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긴’ 것 같아. 고등학생 때는 그저 공부하고, 친구들과 노는 것이 일상이었다면 대학 생활은 내가 만들어가는 인생의 시작점인 셈이잖아. 학원을 통해 누군가에게 나를 표현할 기회를 만들었고, 안정을 찾았어.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분야였거든. 이를 계기로 다른 사람에게 꿈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친구들에게도 추천할 거야? 개인마다 지닌 성향에 따라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 강요는 못하겠지만, 정말 추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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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A양(23)
왜 ‘가야금’이야? 중학생 때 방과 후 학교 수업으로 한달 동안 가야금 수업을 들었어.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1년 정도 가야금 입시를 준비했었고. 가야금 입시를 사정상 그만두고, 두 번째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다 현재 전공(사회복지 계통)을 찾았는데, 실습하면서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람에 치인다고 해야 하나. 내 인생에 내가 주인공이 아닌 상황이 된 거야. 입시준비 때 다녔던 학원 선생님과 지금까지 인연이 닿아 다시 그 학원으로 6월부터 다닐 예정이야.
가야금에 어떤 매력을 느꼈어? 가야금 선율을 들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에 안정이 찾아와. 이런 매력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알리고 싶은 마음도 들고. 지금 취업 준비 중인데, 가능하다면 회사를 학원 주변에서 다니고 싶어.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연습하려고. 연습으로 생긴 굳은살을 보면 보람이 느껴지거든.
학교 수업과 다른 점은? 학원은 워낙 연령대가 다양해서 또래들과 고민을 공유할 수 없다는 건 좀 아쉬워. 그래도 계속해서 ‘할 수 있다’며 나를 응원해주는 은사님들이 있어서 힘을 많이 받고 있어.
가장 큰 변화라면? 비로소 ‘내가 주인공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가야금이거든.
친구들에게도 추천할 거야? 당연하지. 내게 가야금이란 취미를 넘어 업으로 삼고 싶은 활동이야. 앞으로 실력이 갖춰진다면, 주말을 이용해 공연을 해보고 싶어. 다른 악기들과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느낌으로, 그룹이라고 치면 ‘두번째달’ 음악 느낌 있잖아. 나아가 가정 형편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다들 이런 느낌 받는 거 흔치 않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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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쿨렐레 H양(23)
왜 ‘우쿨렐레’야? 어릴 적부터 ‘살면서 악기 하나쯤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들었어. 하지만 중·고등학생 시절 오선지 공포증을 갖고 있던 내겐 엄청난 도전이었어. ‘다라마바사가나다’, ‘신랑가마 나쁘다’ 등 단순 암기식 공부를 해오면서 음악에 재미를 느낀 적은 없었어. 재수 생활을 마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스무살 겨울에 우쿨렐레를 만났어. 사실 그냥 단순히 텔레비전에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여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 노래를 연주해보고 싶어서였어. 바로 집 근처 주민센터에 개설된 강좌에 등록해버렸지. 홀린 듯이 우쿨렐레까지 사서.
해보니까 어때? 요즘은 강남역 근처 학원에 다니고 있어. 수업시간보다 왕복시간이 더 오래 걸리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하고 싶은 것을 해본다는데 뭐가 대수겠어. 같이 수업 듣는 직장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들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여건이 맞지 않아 여러 번 마음 접기를 거듭했다’라고 하더라고. 정말 답답하셨구나, 나처럼 이런 취미를 찾으며 숨통을 트시는구나, 하고 느꼈어.
학교 수업과 다른 점은? 학교에서는 졸업을 가까이 둔 나이가 됐는데 여기선 막내야. 많은 직장인 언니오빠들과 같이 연습하고 대화하면서, 생생한 사회 생활 이야기를 접하고 있어. 학교 수업이나 과제, 시험 스트레스 같은 것들도 없고. 연령대가 다양하니까 경쟁심 같은 것도 없고. 얼마나 좋은지 몰라.
가장 큰 변화라면? 어느 지원서를 보든 면접을 보든 다들 받는 질문이 있잖아. ‘취미나 특기 있어요?’ 이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됐어. ‘나 이거 할 줄 알아요!’ 하고 말이야. 매번 독서나 그림 그리기 같은 것만 써내다가 이제야 뭔가 대단한 게 생긴 것 같아. 아직 보여주기에는 미숙한 수준이지만 말이야.
친구들에게도 추천할 거야? 취미란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활동’이야.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한 활동이지. 그래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말고 하고 싶은 거 해봤으면 좋겠어. 취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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