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나무숲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일러스트레이션 : 김병철,글 : 캠퍼스씨네21취재팀

대숲현상 진단 그리고 8개 대학교 대숲지기 인터뷰

이십대에게 대나무숲은 무엇일까

대학마다 신입생 환영회가 한창이던 3월 중순, 동아대학교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에 ‘xx 대 신입생 형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하나 올라왔다.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 한장은 꽤나 적나라했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선배가 막걸리를 후배에게 뿌리는 장면이었다. 곧바로 4만개에 육박하는 ‘좋아요’와 글이 쏟아졌다. 같은 달, 숙명여대에서는 학내 경비 노동자 해고 문제가 페이스북 페이지에 제보되어 학생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철회되기도 하였다.

둘 다 대학교 이름을 건 페이스북 계정에 꽈리를 틀고 있는 ‘대나무숲’ 덕분이다.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는 ‘페이스북 대나무숲’은 대학마다 ‘성황’을 이루고 있다. 2013년 12월 서울대학교 대나무숲(SNU Bamboo Grove)을 시작으로, 현재는 120여개의 대학교에서 대나무숲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2016년 5월17일 기준, 모든 대학교의 대나무숲 ‘좋아요’의 총합은 무려 60만개를 가뿐히 넘긴다.

하루에 게시되는 글이 100건이 넘기도 할 만큼 대학생들이 대나무숲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학생들이 실명으로 고백하거나 고발하는 것을 사회 시선 때문에 꺼려해요. 대숲이 그 대안으로 인기를 얻는 것 같아요.”(한성대 대숲지기) 실제로 대나무숲은 전하고 싶은 내용을 무기명 쪽지로 페이지 관리자에게 보내면 관리자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많은 이용자를 보유했다는 점 때문에 기존 커뮤니티에 비해 접근성이 높고 쉬울 수밖에 없어요. 자연스럽게 대숲을 찾게 되는 거죠.”(숭실대 대숲지기) 대학생들은 익명성과 접근의 편리함을 대나무숲의 장점으로 꼽았다.

대나무숲은 다양한 이들이 한곳에 모이는 광장처럼 보이지만 실은 익명에 기댄 자신만의 공간에 더 가깝다. 그래서 얘기는 더 진솔하고, 더 차지다. 또, 들여다보는 과정이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대숲 페이지의 ‘좋아요’나 ‘팔로잉’ 클릭 한번이면 끝난다. 익명성과 접근의 편리함, 이 둘의 조합은 2016년을 사는 대학생들의 입맛인 트렌드로 직결된다.

“당장에 졸업하고 먹고살기도 힘든데, 주로 정치에 관해 얘기하는 대학 언론에 눈과 귀가 안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서울시립대 학생) “대학생들은 생각보다 더 정치에 무관심해요. 대자보 쓰고 정치 문제에 관여하는 대학생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고 봐요.”(성균관대 학생) 이는 대학 사회와 정치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화했던 ‘대학 언론’과 ‘대자보’가 대학생들의 눈높이에서 멀어지는 이유와도 맞물린다.

대학생은 지금 자신들에게 가장 와 닿는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들의 일상인 연애, 학점, 취업, 진로에 대한 고민이 대나무숲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다.

대나무숲은 이제 대학생들에겐 일상이다. 카페에서 주문을 기다리다가도, 쉬는 시간에도 대나무숲을 구경한다. 그리고 맘에 드는 누군가를, 도서관에서의 불평을, 잃어버린 지갑을 우리는 기다린다. 그렇게 오늘도 대나무숲은 맑음이다.

대나무숲의 세 가지 유형별 사연

사회학적 시선으로 본 대숲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비공식적인 사람들의 온라인 네트워킹이 만들어진다는 것, 대나무숲이란 이름 아래 가려진 그들만의 소통 공간을 만든다는 것. 이는 공식적, 대면적으로 이루어져왔던 대부분의 의사소통 방식과는 달라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온라인에서 편하게,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관심사나 감성을 나누고 소통하는 작은 문화가 생성되는 거다. 이를 통해 현대인들이 공식적인 공간에서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거나 활동을 하는 것에 있어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언론정보학적 시선으로 본 대숲

이훈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대나무숲은 불만을 토로하는 곳이다.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사적으로 하기 힘든 이야기도 털어놓을 수 있고, 그래서 인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익명성은 양날의 검이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익명성이 보장됨으로써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수 있다. 하지만 익명으로 의견이 올라오기 때문에 정보를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즉, 정보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이 때문에 대나무숲은 현재 대학언론 등 기존 미디어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대안 미디어로서 자리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본다. 다만 정보가 신속히 업데이트된다는 점에 있어 기존의 언론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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